시베리아 인문기행
행사일 | 2025.04.1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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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차 일정 – 4월 18일(금) 핫산의 영웅 기념비 - 안중근 단지동맹비 – 우스리스크 통일음악회 – 최재형고려인민족학교
이른 아침, 연수단은 국제관광버스를 타고 중국-러시아 국경으로 향했습니다. 국경을 넘는 출입국사무소는 생각보다 한산했지만, 엄중했습니다. 중국 영토에서 출국심사를 마치고 국경을 넘어 다시 러시아 영토에서 입국심사와 짐 검사를 거쳐야 했습니다. 그렇게 러시아에 도착한 우리는 입국심사소 앞에 대기 중이던 러시아 관광버스로 갈아탄 뒤, 본격적인 러시아 연해주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 목적지는 ‘핫산의 영웅 기념비’ 전망대. 이곳은 초기 한인 이주민들이 정착했던 연추 부근의 지신허와 가까운 곳이며, 인근 습지대에 남아있는 발해의 염주성터가 보이는 곳입니다. 고구려의 후예였던 발해는 이 지역에서 배를 띄워 일본과 교역했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동해를 바라보며, 이 땅을 거쳐간 우리 민족의 역사와 흔적을 상상해볼 수 있었습니다.
국경을 통과하며
‘핫산의 영웅 기념비’ 전망대 앞에서
다음으로 찾은 곳은 ‘안중근 단지동맹비’ 입니다. 넓은 벌판 한가운데 우뚝 솟은 4미터 높이의 비석에는 무명지 첫마디 없는 손바닥이 음각으로 정중앙에 새겨있고, "1909년 3월 5일경 12인이 모이다"라는 문구가 하단에 새겨져 있습니다. 이곳은 안중근 의사를 중심으로 한 청년 독립운동가들이 손가락을 자르며 조국 해방을 맹세한 곳입니다.
안중근 단지 동맹비
단지동맹비는 원래 2001년, 연추 지역의 한인마을로 알려진 추카노보 마을에 세워졌지만, 관리 부실과 출입 제한으로 인해 2004년, 크라스키노로 진출한 유니베라 농장 입구로 옮겨졌고, 2011년에는 지금의 국도변 공개 장소로 다시 옮겨와 누구나 참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광복 80주년을 맞는 해, 연수단은 역사 속 민족의 맹세 앞에서 다시 한 번 숙연해졌습니다. 독립투사의 헌신과 희생을 묵념으로 기억한 뒤, 이주와 혹독한 가난의 역사를 간직한 고려인들을 만나러, 우수리스크로 향했습니다.
“희망의 땅 – 광복 80주년 헌정 편지” 통일음악회
우수리스크 문화대학홀에서는 광복 80주년을 기념하는 통일음악회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아르세니예프, 나홋카, 파르티잔스크, 하바롭스크 등 연해주 전역의 고려인 예술가들과 러시아 지역 예술가들이 함께 만든 무대였습니다. 이념과 국적을 넘어, 조국의 독립을 기리는 마음이 울림으로 전해졌습니다. 음악회 제목처럼, 공연은 “광복 80주년 헌정 편지” 였습니다.
화랑북팀 @광복80주년 헌정편지
아리랑예술단 @광복80주년 헌정편지
공연 관람 이후, 근처에 있는 ‘최재형 고려인 민족학교’를 찾았습니다. 작은 성당 건물에 자리 잡은 이 학교는, 고려인 3세대 아이들에게 한글과 공연예술을 가르치는 공간입니다. 이곳에서 활동하는 ‘아리랑 예술단’과 '화랑북팀' 역시 이날 음악회에 참가하여 감동적인 공연을 선보였습니다. 한때 재정난으로 폐교 위기에 몰렸던 고려인 민족학교는, 한국의 프란치스코 수도회의 도움으로 다시 숨을 틔우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예배당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그 외 공간은 학교와 노숙인 쉼터로 함께 쓰이고 있습니다. 시 정부의 조건부 사용 승인을 받아 겨우 버텨가는 민족학교, 이 작은 공간에 고려인의 역사, 예술, 공동체 정신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운영이 쉽지 않지만, 학비를 최소화해 더 많은 아이들에게 교육 기회를 주려는 의지를 꺾지 않고 있었습니다. 우리 연수단도 작은 마음을 모아 기부금을 전달하며, 그 뜻에 함께했습니다.
이 날은, 국경을 넘어 민족의 기억과 마주한 하루였습니다.
핫산의 전망대에서 바라본 대륙의 지형, 단지동맹비 앞에서의 침묵, 그리고 우수리스크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교감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한민족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다시금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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