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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이마을에서 분단의 아픔 느끼고, 제진역서 평화를 꿈꾸다

작성일 2023-03-10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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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이마을에서 분단의 아픔 느끼고, 제진역서 평화를 꿈꾸다

희망래일, 1박 2일 청소년 국제철도 체험학교 '분단역에서 평화역으로' 주최

 

사단법인 희망래일(이사장 이철)이 지난 4일 청소년 국제철도 체험학교 '분단역에서 평화역으로' 1박 2일 캠프를 통해 속초아바이마을, 제진역 PTX 등을 둘러봤다. 재단법인 희망철도가 후원했고 약 30여 명의 청소년이 함께했다.
  

속초아바이마을에 자리한 유정충 선장 동상 앞에서 사진 찍은 참가자들
▲  속초아바이마을에 자리한 유정충 선장 동상 앞에서 사진 찍은 참가자들
ⓒ 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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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에는 분단과 실향민들의 아픔이 담긴 속초아바이마을에서 심삼옥 현지 해설가의 설명과 함께 갯배, 벽화마을, 역사관 등을 체험했다.

"저도 여기 아바이마을에서 나고 자란 사람입니다. 실향민들은 전쟁 당시 배를 타고 이곳까지 내려오게 됐죠. 그냥 고향과 가까운 곳이고, 개인 사유지가 없는 백사장에, 어업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어 여기에 터를 잡았는데... 아직도 돌아가지 못할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올 때도 많은 가족이 약간의 쌀과 냄비 정도만 가지고 왔었어요. 이곳에 정착하고자 내려온 것이 아닌 잠깐 몸을 피하고자 한 것이었죠."

마을에는 하나호 유정충 선장을 기리는 동상도 있었다. 1990년 3월 1일, 속초 청호동에 살던 유 선장은 제주 해상에서 강풍과 파도를 만났다. 침몰 위기에 빠진 선장은 먼저 21명의 선원을 구명보트에 태워 대비시키고, 본인은 물에 잠긴 조타실에 남아 무전기를 들고 필사적으로 구조를 요청했다. 구조대가 도착해 선원들은 전원 생존했지만 유 선장은 배와 함께 바닷속으로 침몰, 그렇게 사라지고 말았다.

아바이마을을 둘러본 후 참가자들은 강원도 고성군에 자리한 금강산콘도로 이동했다. 금강산콘도는 과거 금강산관광이 활발히 진행되던 당시 관광객들이 북한에 가기 전 머무른 숙소였는데, 현재는 과거의 영광을 뒤로한 채 쓸쓸한 모습이었다.

통일은 퍼즐...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맞춰가자
  

박서우 학생이 발표를 마친 후 이성주 강사와 참가자들이 박수치고 있다
▲  박서우 학생이 발표를 마친 후 이성주 강사와 참가자들이 박수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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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과 저녁 식사 후 이성주 경기평화교육센터 강사의 '평화 톡투유'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나에게 통일은 ~이다'라는 질문에 중학교 2학년 박서우 학생은 "통일은 퍼즐이라고 생각한다. 퍼즐을 맞출 때 쉬운 가장자리부터 맞추는데, 통일도 마찬가지로 쉽고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차근차근 맞춰가다 보면 결국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답해 참가자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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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강사도 "통일은 결과보다는 과정, 속도보다는 방향이 중요"하다면서 "할 수 있는 만큼만 나아가면 된다. 지금 바로 국가를 하나로 만들고 정부를 하나로 만든다기보다 북한과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환경을 우선 만든다면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완전한 통일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남북이 분단됐다고 느낀 순간'에 대한 질문에는 "외국에 갔을 때 코리아에서 왔다고 하니 남인지 북인지 물었을 때", "고2라서 이제 2년 뒤에 영장이 나올 텐데, 그러면 정말 실감이 제대로 날 것 같다", "우리 할아버지가 실향민이신데, 항상 고향에 가고 싶다고 말씀하셔서 그때마다 느끼고 있다" 등등의 답변이 나왔다.

금강산이 바로 저긴데... 어서 갈 수 있었으면
  

참가자들이 가상의 티켓을 통해 탑승수속을 밟고 있는 모습. 북한 안내원으로 분한 배우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  참가자들이 가상의 티켓을 통해 탑승수속을 밟고 있는 모습. 북한 안내원으로 분한 배우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 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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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날은 제진역으로 이동, PTX 평화통일열차를 체험했다. PTX 평화통일열차는 실제 열차를 이용해 만든 체험장으로서 1호차 주제상영관, 2호차 북한체험관, 3호차 평양투어관, 4호차 미니공연장, 5호차 통일열차관으로 나누어져 있다. 동해선철도남북출입사무소에서 가상의 티켓을 발급한 후 탑승수속 절차를 거치고 이동하게 되는데, 동선마다 북한 안내원으로 분한 속초 출신의 연극배우들이 함께해 진짜 북한에 온 것 같은 생생함을 느끼게 해준다.

특히 4호차 미니공연장에서는 배우들의 국악 공연과 함께 통일과 관련된 십자말풀이 퀴즈를 협동으로 풀게 되는데, 청소년들은 집중력 넘치는 모습으로 제한 시간을 한참 남기고 정답을 찾아내기도 했다.

제진역 체험을 마친 후에는 고성통일전망타워로 이동했다. 바로 밑에 지뢰가 묻혀있는 휴전선 철책과 초소를 둔 채, 날씨가 좋아 저 멀리 금강산이 선명히 보이는 모습에 참가자들은 모두 안타까운 눈빛이었다. 학생들은 "걸어서, 자전거로, 기차 타고 어떤 방법으로든 눈에 보이는 이 길을 따라 금강산에 가보고 싶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이렇게 1박 2일간의 캠프를 마친 후 다시 버스를 타고 서울로 돌아왔다. 행사를 인솔한 강희태 희망래일 활동가는 "캠프를 통해 많은 청소년들이 남북이 연결된 미래에 대한 희망을 느꼈으면 한다"며 "하루빨리 남북관계가 개선돼 더 많은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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